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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링보링 하드털이 (3)

오늘 보리 볼래?

by 보링어멈 2024. 11. 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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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31일
보리가 저희 집으로 이산 온 날입니다.
이 하드털이 덕분에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게 되네요.

고향집에서의 마지막날이자
실내견으로서의 첫 날,

그날의 보리....



백구 젖을 먹는 보리입니다.
돌아보니 마지막 엄마 젖이었습니다.

슬프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일 뿐,
동물은 생각보다 빨리 독립합니다.
어미견과의 유대감도 생후 3개월 이후에 급속도로 떨어져 후에는 모녀가 아닌 라이벌 관계가 됬을 겁니다.

할머니 댁 윗집, 이모네 마당에서 뛰어놉니다.
작은 마당이 작은 보리에겐 태평양같습니다.
엄마 품에도 안겼습니다.
사실 안김을 당한거였습니다.
할머니와도 사진을 남깁니다.

얼마나 작고 귀여운지 짐작이 가십니까?
느껴보시라고 자르지 않고 전체 사진을 보여드립니다.
제 얼굴이 큰 탓도 있지만 제 얼굴만했네요.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땐 아빠 외에 운전할 수 있는 가족이 없었습니다.
아빠는 출근했기때문에 박스에 담요를 깔고 넣어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사람이 많아지자 너무 낑낑거려서 중간에 내렸다가 뒷차를 타야했습니다. 저 때부터 사람을 싫어했던 것을 보니 저와 운명이었나 봅니다.

집에 온 첫날 저녁입니다.
견생 첫 여정이 힘들었는지 내내 잠만 잤습니다.
3일 정도는 밤마다 낑낑댔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가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엄마 품에서 보내던 고요한 시골밤을
며칠간 그리워했던 것 같습니다.



보리를 데려온 첫 날부터 저는 심란했습니다.
이 아이를 어떻게 죽을 때까지 책임지지?
넉넉잡아 20년을?
게다가 취준생 신분이었기에 더더욱 막막했습니다.
저도 무지막지한 겁쟁이였습니다.

그래서
2년만 키우고 할머니 집에 다시 보내자!
나는 이 아이를 2년만 책임진다!

이렇게 생각해버립니다.

이런 못난이 보호자와 보리는 잘 살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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