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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링보링 하드털이 (2)

오늘 보리 볼래?

by 보링어멈 2024. 11. 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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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를 데려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친구 때문이었죠.

백구.

보리의 엄마입니다.

저는 대학교 졸업 후 취준을 하며 시간이 많아졌어요.
그 시기에 엄마와 함께 아산에 있은 외할머니댁에 자주 가게 됬습니다. 그러다 저 친구와 정이 들었죠.

2017년도면 강형욱의 세나개를 열심히 보던 때였고 1미터 줄에 묶여 사는 시골개들의 삶이 잘못됬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저 친구를 데려올 용기는 없었습니다. 일단 소형견이 아니라는 이유가 컸죠.
그래서 저 친구 대신 보리를 데려왔던 겁니다. 웃기죠?
보리도 언젠가 저 친구만큼 클텐데 말이죠.
결과적으로 보리는 저 친구보다 1.5배 정도 더 큽니다.

보리가 커진데는 이 누렁이 친구 영향도 커요!

보리 아빠인데  

크기도 크고 다소 사나운 성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백구는 성격이 정~~~말 좋았는데 보리는 딱 반반 닮았습니다. 모든 부분에서?

어쨌든,

제가 보리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백구는 개장수에게 팔려갔을 겁니다. 할머니는 옛날 분이셔서 개들을 예뻐하면서도 새끼를 낳면 어미를 팔아버리곤 하셨어요. 그래서 할머니께 백구를 절대 팔지 말라고 부탁드리고 보리를 데려왔습니다.

감사하게도

할머니는 백구를 끝까지 데리고 계셔주셨습니다.
돌아가실때까지.
몸이 안좋아 병원에 입원하셔야 할 때면 강아지 밥 챙겨줄 사람이 없어 걱정이 한 가득인채로 집을 비우셨어요.(근처에 사는 외삼촌이 잘 챙겨주었습니다.)
백구는 8년동안 묶여 살았지만 할머니집에 방문하는 이모들과 사촌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백구가 행복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이기적이지만 그래야 제 마음이 조금 편합니다.

백구는 올 해 2월 말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약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어요.
그래도 할머니를 가장 의지했었나 봅니다. 할머니가 가시고 많이 외로웠던 거 같아요.
너무 후회스럽게도 저는 백구의 마지막 6개월을 허무하게 보내버렸습니다.
제가 자주 가서 외로움을 좀 달래줬다면 아직 살아있었을까요...

오늘은 보리의 하드털이가 아니었습니다.
어쩌다보니 백구 이야기를 했습니다.
백구는 참 똑똑한 친구였어서 할 얘기가 많은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마저 풀어놓겠습니다.

미안함이란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떤 감정보다 오래도록 남아 사무치는 것 같습니다.
어떤 관계에서든 최선을 다한쪽이 미련이 안남는다고 하는데, 개와 사람의 관계에선 미련부리는 쪽은 무조건 사람일 것입니다.
개는 사는 동안, 변함없이, 언제나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인간을 사랑해주기 때문이죠.

공유할 대상을 잃은 추억이 아픈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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