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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플랑크톤 _ 아리다..

오늘 뭐 볼까?_영상

by 보링어멈 2024. 11. 1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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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조용 작가여...
당신은 소시오패쓰인가요?
그것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리 가슴 아리게 만드는 인물들을 만들어냈습니까?



주인공의 죽음으로 시작하여 끝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진짜 삶을 향해 가는 시작이었다.

보는 내내 가슴이 아렸다.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사랑스러운데 또 안쓰러워서 아랫니가 시릴정도로 마음이 쓰였다. 결혼식 날 신부와 도망치기, 잃어버린 부모찾기 이런 뻔한 클리셰들을 가지고 너무나 멋진 로드무비를 만들어 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방랑에 어울리는 속도로.

조용작가의 작품을 본건 이번이 처음인데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좋은 작가인 것 같다. 전작을 제대로 보진 않았지만 캐릭터마다 가진 서사가 뚜렸했고 인간적으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이었는데 이번 작품 역시 캐릭터에 대한 몰입감이 정말 좋다. 어떤 인물 하나 홀대받게 버려두지 않고 다 함께 이끌고 가는 작가의 힘이 따듯했다.

그리고 힘있는 캐릭터 빌드업에 알맞게 캐스팅 또한 훌륭했다. 모든 배우들에게 출연해줘서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싶었다! 까리 역의 김민석 배우는 감초연기를 아주 제대로 해준다. 극의 재미에 정말 중요한 존재였다. 그리고 범호자 역에 김해숙 배우는 묵직하게 극에 무게감을 주었다. 엄마같이 든든하게 작품을 받쳐주었다.

연출 또한 군더더기 없었다.

각본, 감독, 연기의 궁합이 잘 맞았다. 이 조화를 위해 힘써준 모든 스태프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한다.


보고나면 후유증이 진하게 남는 드라마였다. 스토리 전개가 어떻고 개연성이 어떻고 이러한 감상은 남지 않는다. 보다보면 어느새 극중 인물의 친구가 되어서 함께 울고 웃고 간절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내가 이 드라마를 한번밖에 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렇지만 당분간은 다시 볼 수 없다.
기분이, 감정이 요동친다. 슬픈데 기쁘고 씁쓸한데 희망적인 오묘한 느낌에 며칠 어지럽게 지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삶을 지탱하던 다리가 부러졌다. 그래서 굳건하게 서서 버티지 못하고 삶을 덮친 파도에 휩쓸린다. 그렇게 한참을 전복되고 다시 떠오르고를 반복한다. 그리고 마침내 항해하는 법을 배워서 나아간다. 다시 육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바다에서 항해한다.

어쩌면 인생이란 땅에 뿌리내리는 것이 아니라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것 아닐까? 꼭 육지에 다다르지 않아도 괜찮다. 때로는 큰 파도에 뒤집어질 수도 있고 다시 떠오를 수 없을 것 같이 깊이 가라앉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바다가 없어지진 않으니까, 그러니까 나의 세계는 말라서 사라진 것이 아니니까. 조금 긴장을 풀고 가끔은 바다가 이끄는데로 가보기도 하면서 부유하듯 살아보는 건 어떨까.
플랑크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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